술 [2009년 12월 2일 광화문에서 시루作] 시루, 시를 쓰다




마실 뿐이다.

들이 마시고 뱉어 올리는 감정은 변덕스럽고

혀를 감아 녹이는 농도에 따라 부드러워진다

때론 과격해진다 어느새 사정없이 울고 마는데

또 마시고 있을 뿐이다.

한 사람이 있고 또 한 사람이 있는데

한 사람은 말이 없고

또 한 사람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다

그러다 그들도 또 마실 뿐이다.

우리가 마시는 것은 술만이 아니고

짧은 시간만도 아니고

그, 무엇 이상이다

차마 표현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감이

한 잔의 건배에 잠시 일렁이며 웃었다가

싸늘한 한 잔의 주검이 되고 만다.

한때 모든 것이 덧없어지다가도

이 순간 하나로 모든 것이 행복해진다

그, 때가 오면 우리는

헤어져야 할 때 서로 떠나지 못하고

아쉬움에 무려 한 시간을 서성이다가

결국 아침이면 쓰레기 더미처럼 뒤엉켜 있을 뿐인데

그, 뿐일까 하여도

돌이켜보면

이것이 인생인가 싶기도 하고

이것이 청춘인가 싶기도 하고

우리를 떠난 나는

언젠가는 분명 우리를 잊지 못하기도 싶고



[2009년 12월 2일 광화문에서 시루作]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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